작성일 2012.6.10

이제 막 2달 째다.

도착했을 때 아침 기온은 약 20도, 낮기온 30도에 달했었는데,

이제는 아침이 10도, 낮기온 20도 안팍으로 떨어졌다.

새벽에 추워서 깨는 일이 반복되어서 침낭까지 구입할 정도가 되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설레이는 마음이 거의 없었다.

솔직히 그냥 옆동네 온 것 같은 기분으로 지냈다.

처음으로 떨렸을 때는 일자리 구할 때 현지인이 운영하는 바베큐 집 캐셔로 3시간 trial 하기 전이었다. 어찌나 무섭던지 호주 오기 전에 무섭던 것보다 더 심해서 마인드 컨트롤하느라 힘들었다.

결국 안됐지만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지라 잘됐다 싶다. 옷이랑 신발을 항상 검은색으로 맞춰서 입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는 것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나는 옷 입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사실!

 

두 번째 알게 된 사실은 삶의 여유는 나라에서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각 나라마다 특색을 알게 되었는데, 일단 동남아쪽에서 온 사람들은 가격을 묻고 깍고 본다. 그리고 중국은 물건을 한참 고른 후, 그 다음에 깍는다. 

이곳에서 자란 사람들은 눈에 잡히는 것을 묻고 가격이 괜찮으면 사고 아니면 간다. 말 그대로 쿨하게.

파는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타입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thank you, please, ..'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붙어있어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기분까지 좋아지는 스타일이다.

 

이것도 경제적인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쇼핑이 일상화되고 밖에서 사먹는 것이 당연시된 이곳에서는 돈주고 사는 것이 큰 일이 아니다.

매주마다 쇼핑데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어서 그 날에는 쇼핑센터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내가 보기엔 그렇게 필요없을 것 같은 물건들도 막 사는 걸 보면 그냥 그게 생활화가 되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음 먹고 가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쇼핑하고 돈을 쓰는 것이 당연시되어있다.

그래서 머리를 써서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기 보다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grab 

한다. 쇼핑센터를 거의 매일 오는 사람들도 많다. (매일 인사하고 가는 사람이 정말 있다!)

어떻게 보면, 왠지 어딘가가 결핍된 것 같기도 하고-

 

세 번째는 '누구와' 함께 하는가가 결국엔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가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이 피곤하지 않았던 것도 재미있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슬픔이 찾아온 것도 그 친구를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란 사람이 참으로 어리석어서 이제까지 반쪽만 생각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조용한 슬픔이 찾아왔을 때 그것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지냈다. 어떻게하면 나를 계속 즐겁게 할 것인지만 생각했고 슬픔을 무시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것 그대로 안는 방법을 아는 것이 필요했다.

 

이제서야 일상이 자리 잡히고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삶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달콤함과 쓴 맛을 같이 섞어가며 느끼고 배우는 중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