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1도 모르고 1년 3개월 만에 일본 유니클로 점장된 이야기
제가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혹시라도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하는데도 일본에서 일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조금만 해도 충분히 할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는 네이티브도 아니고 일본어를 하나도 못하고 갔기 때문에 일하는 용어 아니면 잘 모를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일하는데에 문제가 없었고 친구 사귀면서 알게 되는 용어들은 그 때 알아도 괜찮더라구요. 제가 했던 방법을 좀 소개를 해 드릴텐데 이건 매뉴얼도 아니고 이거 하면 꼭 할 수 있다! 이런 것도 아닙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서니까 참고만 해주세요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에 대해 잠시 소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9년 우리나라 대기업 전자회사 엔지니어로 일하다 2010년 여름에 퇴사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일본 유니클로에서 GUMC(Global UNIQLO manager candidate)라는 채용으로 2013년 1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일본 유니클로의 자회사) 회사에 점장 후보 직군으로 입사해서 2014년 3월에 유니클로 점장이 되었습니다
들어가기 전까지 일본어를 하나도 몰랐고 영어로만 면접을 보고 들어갔기 때문에 일본어를 몰라도 지원할 수 있는 특이한 채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미국, 필리핀, 방글라데시와 같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같이 채용되어 교육 받았습니다. 이런 채용을 한 이유는 일본 회사라 그런지 정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자기들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점포의 규칙이나 매뉴얼을 흡수시킨 다음에 그 사람들의 나라로 보내서 점포를 키우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채용이 없어진 걸로 알아요. 아마 저처럼 일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렇게 채용해서 교육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점장후보로 들어온 사람들은 6개월에 한번씩 점장자격시험을 치룰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매뉴얼 필기시험과 면접이 있어서 그 두 개를 통과해야 점장이 되게 됩니다. 저는 첫번째 시험은 떨어졌고 두번째 점장자격시험에서 다른 일본인들과 필기, 면접을 보고 통과해서 지유가오카 지점의 점장으로 가게 됩니다.
일본어가 채용조건에 없었기 때문에 처음 3달동안 일본에 있는 어학원만 다니게 해주었습니다.
그래봤자 가타카나, 히라가나를 떠듬떠듬 읽고 자기소개 정도 할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면, 와따시노나마에와재희데스. 요로시쿠오네가이시마스! 같은거요
실생활 용어 몇가지와 점포에서 살아남기 위한 용어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오래기다리셨습니다, 어서오세요, 다시 또 오세요' 이 전부였습니다
3개월 어학원 다닌 후 배치된 곳이 신주쿠 타카시마야 백화점 안에 있는 대형점포였습니다
스텝들이 아르바이트까지 모두 포함하면 80명 정도 되고 연매출이 130억이상 되는 점포였습니다
그곳에 저와 러시아 친구가 들어가서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생인 것 처럼 교육받으며 하나씩 배워 나갔습니다
물론 일본어를 모르니까 그게 가장 험난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예요. 노력한만큼만 되는 사람인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살아남으려고 일본에 들어간 이후부터 일본어 잘하고 싶어서 여러가지 방법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했던 방법은,
5가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일본어 책 입니다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봤던 책인데 실생활에 관한 말들이 들어 있고 음원이 있어서 처음에는 계속 들으면서 글자와 한문을 보며 읽는 연습을 했고 음원을 따라하면서 네이티브가 하는 말처럼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외우면서 봤습니다. 이 책이 언제 유용해지냐면, 기본적인 이야기들이 들리고 난 이후에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설명이나 TV, 드라마와 같이 일본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때 잘 듣게 되는 기본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일본 드라마입니다
이건 일본어 잘하시는 분들도 많이 이야기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일본에 처음 히모노온나(건어물녀)라는 걸 유행시킨 드라마, 호타루의 빛을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거의 모든 대사를 다 외울 정도로 봤어요. 소재가 재미있고 저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의 이야기인데다 회사를 다니는 상황들이라 정말 유용한 표현들이 많았습니다. 만약 드라마 보면서 배우고 싶으신 분이라면 자기와 비슷한 상황의 드라마를 하나 찾아서 계속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일본어에는 여자말투와 남자말투가 다르고 쓰는 단어도 다를 때가 많아서 만약에 여자라면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비슷한 연령의 비슷한 상황을 가진 드라마를 한번 찾아보세요. 그렇게 되면 드라마에서 했던 말을 실생활에서 쓸 수 있을 때도 많고 일본인과 이야기 할 때도 유용해서 더 전달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일본어 책입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서점에 자주 들려서 책을 많이 사봤어요. 물론 글씨가 많지 않으면서 도움이 될만한 책들 위주로요. 일본에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서점이 여기저기 많이 있다는 것 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아직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만 온라인이 우리나라처럼 발달하지 않아서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서점이 살아남는 것 같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한 가지가 미치바타 제시카라는 일본인 모델이 쓴 책이었는데 약간 '시크릿' 같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인생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시크릿'을 믿기 때문에 그 사람이 쓴 책을 정독하면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책도 여러번 읽으면서 일본어 한자를 익히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일본어사전으로 모르는 한자를 찾아서 써놓고 다시 펴볼 때 그 부분을 눈으로 읽으면서 복습하는 식으로 봤습니다
네 번째는 일할 때 공부해야 하는 매뉴얼 책이었어요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점포 운영에 대한 지식을 모두 알아야 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청소 방법부터 매너, 운영 관리까지 매뉴얼로 되어 있었습니다. 6개월에 한번씩 점장후보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매뉴얼 공부를 해야하기도 했었는데 꼭 점장이 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매뉴얼에 나온 단어들이 거의 일에서 쓰이는 말들이라 공부하면 할수록 더 많이 들리고 써먹을 수 있어서 매뉴얼을 읽고 쓰는데 주말 시간을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했던 방법은 좋아하는 취미를 일본어를 이용해서 하기 였습니다.
저는 원래 노래를 좋아해요. 한국에서 사간 책 중에 일본어 대중노래 음원이 들어있는 가사책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옛날 느낌의 트로트 같은 노래들이 많아서 사실 많이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노랫말 가사가 조금 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계속 듣게 되더라구요. 그러다가 좋아하는 노랫말 가사를 찾으면 그 한곡을 다 외울 때까지 들었어요. 일본에는 노래방 문화가 우리나라 보다 더 잘 발달되어 있어서 꼭 한번씩 회식하면 노래방을 가더라구요. 일본사람들과 같이 노래방 가면 저도 일본의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 더 좋아하기도 하고 저도 뭔가 일본어를 잘 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좋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일본에서 살기 시작하고 9개월 지나면서 일에서 쓰는 말들은 거의 다 알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점장후보들이 모여서 점장이 되기 위한 자격시험을 치루는데, 당시 면접관들에게 떠듬떠듬 제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저의 일본어 실력은 엄청 발전을 했고 두번째 시험에서 합격을 해서 일본에서 살기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에 지유가오카라는 곳에 있는 지점에서 점장직을 맡게 됩니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음 영상은 우니라나 공대를 나와서 다른 나라 영업관리직으로 옮길 수 있게 된 이유에 대해서 올리겠습니다.
궁금하시거나 더 알고 싶으신 내용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