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유치원 비리가 터지고 내년 유치원 신입을 앞둔 만3세 엄마들은 처음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하며 분노를 했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약간의 안도를 하다가, 설명회도 하지 않겠다는 사립 유치원들의 태도를 보며 '초초함' 그리고 '걱정'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나 역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켜봤지만, 행정이나 법은 발빠르게 따라와주지 못하고 있고 그 사이에 자한당은 사립 유치원 원장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안위를 살피며 사유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똥소리들을 해대니 애가 타는 건 그저 엄마들일 뿐이다.
이번달 21일부터 국공립 유치원+일부 사립 유치원 일반모집이 시작되었는데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만 방과후 신청 서류를 준비해서 내라는 공문에 어이가 없었다. 일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어린이집에서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서류만 준비해서 내면 맞벌이로 인정해 주었는데 유치원은 그렇지 못하다. 국가가 지원하는 보육사업이지만 똑같이 해주지 않고 있고, 더욱이 맞벌이 같은 경우에는 모집에 당첨이 되었다고 방과후를 모두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었다.
무조건 사립 유치원이나 사설 학원에 아이를 맡길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건 아이를 가졌을 때도 몰랐고 아이를 낳고도 3년간 알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유치원이 해결되면 거의 모든 엄마들이 관심을 끄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국공립이 많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국가가 아이를 낳고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제대로 케어를 못하고 있는데... 방과후는 100%, 추첨된 사람들 중에 지원자격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가능하게 만드는 게 첫번째 과제인 것 같다.
그리고 비리가 터졌을 때에는 고개를 숙이던 유치원 원장들도 태도를 바꾸어서 '너네들이 국공립 떨어지면 안 올수 있나 보자'하고 있는 걸 보자니 절대 사립 유치원은 보내고 싶어지지가 않는다. 그 돈을 거기에 낼 바에야 내가 좀 더 벌어서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체험 활동을 다양하게 보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다가 나는 한없이 계속되는 교육 문제와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 불안감을 직시하고야 말았다.
아들과 딸을 낳고 키우면서 매일 접하게 되는 학교 폭력, 갑질문화, 나이가 많다거나 힘이 세다는 이유로 약자를 하대하는 문화, 자본으로 서열화 되어 돈/집으로 보여주기하는 문화, 성폭력/성추행이 만연한 사회, 너무나 일상화된 언어폭력, 군대문화 ....
이 모든 해결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사건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내가 이 나라에서 끝까지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을까'하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역할,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도 하게 되었다. 첫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호기심과 총명함을 '해야 한다'는 테두리에 넣어 살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생기고 여러가지 문제로 뒤덮힌교육 사회에 아이를 집어넣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물음도 갖게 만들었다.
이런 물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거기에서 부터 같이 공부하고 방향성만 잡아도 아이가 어떤 사회를 접하면서 겪게 되는 불편감을 설명하고 이해하게 만드는데에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홈스쿨링까지 생각하며 시중에 나온 책들을 찾아보니, '영어홈스쿨링, 다국어, 글쓰기 홈스쿨링...' 이런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내가 궁금해 하는 홈스쿨링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문제를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아직 이것에 관해 사회가 갖고 있는 인식이나 교육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크게 자리 잡지는 못한 듯 하다. 그래도 아이들을 집에서 교육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찾아 볼 생각이다.
사립 유치원 비리 덕분에 내 아이의 교육이나 사회화 방향성을 갖게 되는구나...
문제는 다시 정신차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꼭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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